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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무고’ 일본의 4100배
고소남발·위증 등 거짓말 사범 위험수위
2005-04-10 오후 2:33:23 게재

=>해마다 50만~60만명 피고소 … 갈수록 늘어

#사례 1
지난해 11월 불륜사실이 적발된 40대 가정주부 김 모(42)씨가 무고혐의로 징역 5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지난해 3월 총선 선거운동과정에서 만난 A씨와 눈이 맞아 양주 강릉 등지에 놀러 다닌 사실이 남편에게 발각되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 A씨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무고한 혐의다. 재판부는 김씨가 A씨를 구속시키기 위해 허위 증거물을 만드는가 하면 청와대 검찰총장 앞으로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죄질이 불량해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사례 2
지난해 9월 뇌물혐의로 구속된 이 모(50·무직)씨는 공사대금 문제로 건축업자 신모씨와 다투다가 신씨를 상대로 수차례 고소를 냈다. 그러나 이씨의 고소가 번번이 무혐의 처분을 당하자 이번에는 경찰과 담당 검사를 상대로 고소를 내는 등 1년여 동안 30여 차례나 고소를 남발했다. 급기야는 담당경찰관이 이씨를 무고혐의로 조사하려 하자 이씨는 경찰관에게 몰래 뇌물을 건네고 이를 근거로 경찰관을 협박하려다가 이것이 들통이 나서 구속됐다.

‘무조건 고소부터 하자’ ‘일단 잡아떼고 보자’ 등의 그릇된 사회풍조가 곳곳에 만연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지난 1월 20일 김승규 법무부 장관이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고·위증 등 우리나라 거짓말 사범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어떤 것은 일본보다 수백, 수천배가 많을 정도인데 이런 것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최근 대검찰청에서는 법정 위증이나 무고사건이 급증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통계를 봐도 문제의 심각성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월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국 검찰청이 위증 혐의로 기소한 사람 수는 2003년 1200명이다가 지난해에는 1587명으로 크게 늘었다. 32% 늘어난 수치다.
또한 무고사범은 지난 2000년 5420건이 기소됐고, 해마다 증가세를 이어가 지난해엔 6438건으로 5년 사이 18.8%가 늘었다.
형사사법체계가 유사한 일본과 비교해 보면 더욱 분명해 진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0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기소된 무고비율은 일본의 1,483배다. 여기에 인구비를 고려하면 가벌성 있는 무고범행 발생률이 일본의 4,151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증도 마찬가지다. 기소된 위증 피의자는 일본의 240배, 인구비를 고려하면 671배에 달한다.

이로 인한 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소고발이 남발되면서 해마다 50만~60만명의 피고소인들이 발생해 각종 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다. 이들은 수시로 검찰과 법정을 오가야 하며, 여권발급에도 지장을 받는 등 피해가 만만치 않다. 또한 경찰과 검찰 등 수사인력의 낭비는 두말할 것도 없다.
서울중앙지검 한 형사부 부장검사는 “형사부 검사들 전부가 재산관련 고소사건에 매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이것도 모자라 기소가 안되면 검사를 고소할 지경이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민사재판이 있어도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형사고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지출은 훨씬 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종구 전법무부장관은 지난해 초 발간한 <형사사법개혁론>이라는 책에서 “고소사건으로 인한 수사력 낭비가 심하고 사법비용의 증가가 불가피하다”면서 “더구나 권리구제 불충분에서 비롯된 국민불신과 피고소인 인권침해 등 폐해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위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관계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대검찰청은 최근 무고사범 근절대책 마련을 일선에 지시했고, 서울중앙지검과 동서남북 지검에는 전담검사까지 배치했다.
또 법무부에서는 정책기획단 산하에 고소제도연구팀을 별도 구성해 기초자료분석을 마친 상태다. 또한 법무부 정책연구위원회 공식 의제로 고소남발 등을 상정해 이미 세 차례나 토론을 거쳤으며, 오는 15일 네 번째 회의와 월말에 5차 회의를 한 뒤 대강의 정책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는 고소가 너무 많기 때문에 선별심사 등 강제로 유입을 줄이는 방안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지적한 뒤 “고소사건에 대한 조정제도 도입과 민사소송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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